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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8월의 꽃들|산책하며 하나씩 알아본 꽃 이름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8월의 꽃 가우라 설악초 황화코스모스 풍접초 메리골드 백일홍 채송화 목화
용인시민농장을 8월 한 달 동안 산책하며 만난 여름꽃들. 가우라부터 설악초, 황화코스모스, 풍접초, 메리골드, 백일홍, 채송화까지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용인시민농장을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꽃들이 참 많습니다.

처음에는 예쁘다 싶으면 휴대폰을 꺼내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꽃 이름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진을 찍어 하나씩 이름을 알아보니 신기하게도 다음에 같은 꽃을 만났을 때는 전과 다르게 보였습니다.

“아, 지난번에 봤던 가우라구나.”

이름을 알기 전에는 모두 그냥 예쁜 꽃이었는데, 이름을 알고 나니 아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갑기도 합니다.

8월에도 용인시민농장을 여러 차례 걸었습니다. 8월 초에 찍은 사진부터 중순, 그리고 8월 말에 찍은 사진까지 모아놓고 보니 한 달 사이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걸으며 만난 용인시민농장의 8월 꽃들을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하얀 나비가 앉은 듯했던 가우라

용인시민농장에 핀 흰색 가우라 나비바늘꽃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가우라(나비바늘꽃). 가느다란 줄기 끝에 핀 꽃이 바람에 흔들리면 작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꽃은 가우라였습니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하얗고 연분홍빛이 도는 꽃이 달려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긴 수술이 아래로 길게 뻗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느다란 줄기가 흔들리니 작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우라는 우리말로 나비바늘꽃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름을 알고 꽃을 다시 보니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용인시민농장에 군락으로 피어난 흰색 가우라 나비바늘꽃
용인시민농장에 무리 지어 피어난 가우라(나비바늘꽃). 가느다란 꽃대가 바람에 함께 흔들리면 하얀 나비들이 꽃밭을 날아다니는 듯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한 송이를 가까이에서 볼 때와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 있을 때의 느낌도 달랐습니다.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꽃은 아니지만, 용인시민농장의 흙길과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 자연스러웠습니다.


한여름인데 눈이 내린 것 같은 설악초

용인시민농장에 핀 설악초의 흰색 무늬 잎과 작은 꽃
용인시민농장에서 가까이서 본 설악초. 작은 흰 꽃과 함께 윗부분 잎 가장자리가 하얗게 물들어 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 멀리서 이 식물을 봤을 때는 하얀 꽃이 무더기로 핀 줄 알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꽃만 하얀 것이 아니라 잎 가장자리까지 하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설악초입니다.

설악초는 여름철에 윗부분의 잎 가장자리가 흰색으로 변하면서 멀리서 보면 눈이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이렇게 시원해 보이는 식물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용인시민농장을 걷다 보면 색이 강한 여름꽃 사이에서 설악초의 흰색이 오히려 더 눈에 띕니다.


주황빛으로 꽃밭을 채운 황화코스모스

용인시민농장에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활짝 핀 황화코스모스
용인시민농장에 활짝 핀 황화코스모스. 주황색과 노란색 꽃이 초록빛 농장 풍경과 어우러져 한여름의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멀리서도 금방 눈에 들어왔던 꽃입니다.

주황색과 노란색 꽃이 한꺼번에 피어 있으니 초록색이 많은 시민농장 풍경이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코스모스는 분홍색이나 흰색이 많은데, 이 꽃은 황화코스모스입니다.

황화코스모스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노란색·주황색 계열의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8월의 뜨거운 햇볕과도 꽤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으로 한 송이만 담는 것보다 이렇게 넓게 핀 모습을 담으니 그날 시민농장의 분위기가 더 잘 살아납니다.


처음 보고 이름이 궁금했던 풍접초

용인시민농장에 핀 분홍빛 보라색 풍접초 여름꽃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풍접초. 분홍빛과 보랏빛 꽃잎 사이로 길게 뻗은 수술이 독특하며, 나비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 여름꽃입니다.


이 꽃은 생김새부터 독특했습니다.

분홍빛과 보랏빛 꽃잎 사이로 가느다란 수술이 길게 뻗어 있고, 꽃봉오리와 열매도 함께 보여 처음에는 무엇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꽃의 이름은 풍접초입니다.

한자로 바람 풍(風), 나비 접(蝶)을 써서 이름에도 나비가 들어갑니다. 서양에서는 길게 뻗은 수술의 모습 때문에 스파이더 플라워(Spider flow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우라도 나비를 떠올리게 하고 풍접초 역시 나비와 연결된 이름이라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쳤다면 ‘특이한 보라색 꽃’으로 끝났을 텐데 이름을 알고 나니 기억에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노란 꽃이 가득했던 메리골드

용인시민농장 꽃밭에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활짝 핀 메리골드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메리골드. 짙은 초록색 잎 사이로 노란색과 주황색 꽃이 풍성하게 피어 8월의 꽃밭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줍니다.


노란색과 주황색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던 메리골드도 만났습니다.

메리골드는 워낙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잎과 꽃을 함께 보니 특징이 더 잘 보였습니다.

짙은 초록색 잎 사이에서 노란 꽃이 올라오니 색의 대비가 꽤 선명합니다.


용인시민농장 꽃밭에 노란 메리골드와 분홍색 붉은색 백일홍이 함께 핀 모습
용인시민농장 꽃밭에서 나란히 만난 메리골드와 백일홍. 노란색과 주황색 메리골드 사이로 분홍·붉은 백일홍이 어우러져 8월의 꽃밭을 더욱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메리골드만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옆에는 분홍색과 붉은색 백일홍도 함께 피어 있었습니다. 한 종류의 꽃만 줄지어 심어놓은 꽃밭과 달리 여러 색이 섞여 있으니 작은 시골집 앞마당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시민농장의 매력은 어쩌면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꾸며진 식물원의 꽃도 아름답지만, 채소밭과 흙길 옆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꽃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작지만 색깔만큼은 화려한 채송화

용인시민농장에 빨강 분홍 노랑색으로 피어난 채송화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채송화. 땅 가까이 낮게 자라지만 빨강·분홍·노랑 등 여러 색의 작은 꽃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여름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8월 말에는 채송화도 만났습니다.

채송화는 키가 작아 그냥 걷다 보면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빨강, 분홍, 노랑, 흰색 등 작은 꽃밭 안에서도 여러 색깔이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보던 꽃이라 낯설지는 않은데, 오랜만에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반갑기도 했습니다.

화려함이 꼭 꽃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땅 가까이에서 피어 있는 작은 채송화가 오히려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꽃만 보다가 만난 목화도 반가웠습니다

용인시민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목화 꽃과 초록색 잎

용인시민농장에서 만난 목화.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하얀 솜이 되기 전, 넓은 초록색 잎 사이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용인시민농장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다가 목화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풍잎처럼 갈라진 넓은 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올라와 있고 일부에는 꽃도 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목화라고 하면 하얗게 부푼 솜부터 생각하지만, 밭에서 자라는 목화를 직접 보면 그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옷이나 이불 속에서 보던 솜과 밭에서 자라는 식물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에는 7월이면 어린 목화 열매를 따 먹곤 했습니다. 목화를 보고 있으니 그때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시민농장은 꽃을 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런 작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8월 초와 말, 같은 곳인데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용인시민농장에 여러 가지 여름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꽃밭 풍경
용인시민농장의 여름 꽃밭. 여러 색의 꽃들이 초록빛 농장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걷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사진을 날짜순으로 다시 보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처음 사진을 찍은 것이 8월 6일이고, 마지막 사진은 8월 28일입니다.

불과 20여 일 차이인데 꽃의 모습도, 주변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한 번 방문하고 끝났다면 알지 못했을 변화입니다.

같은 길을 여러 번 걷는 것이 지루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난주에 없던 꽃이 보이기도 하고, 활짝 피었던 꽃이 어느 날은 지기 시작합니다. 어떤 식물은 키가 훌쩍 커져 있습니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달력의 숫자가 바뀌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장소를 자주 걸어보니 식물이 먼저 계절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꽃 이름을 알고 나니 산책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꽃을 보더라도 ‘예쁘네’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꽃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산책하다 처음 보는 꽃을 만나면 사진부터 찍습니다. 그리고 무슨 꽃인지 하나씩 알아봅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가우라였고, 설악초였고, 풍접초였습니다.

한 번 이름을 알고 나면 다음 산책에서는 신기하게 그 꽃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저 꽃 지난번에 봤는데….”

하고 기억을 더듬다가 이름까지 떠오르면 괜히 반갑습니다.

은퇴 후 시간이 생기면서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가 이런 작은 것들을 보는 여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천천히 걷다가 꽃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용인시민농장에서 보낸 8월도 그렇게 사진 속에 남았습니다.

가우라, 설악초, 황화코스모스, 풍접초, 메리골드, 백일홍, 채송화 그리고 목화.

꽃 이름을 모를 때도 아름다웠지만 이름을 하나씩 알고 나니 다음에 다시 만날 꽃이 생겼습니다.

9월의 용인시민농장에는 또 어떤 꽃이 피어 있을까요.

다음 산책길에도 처음 보는 꽃을 만나면 아마 저는 또 휴대폰부터 꺼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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