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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괭이질한 꽃밭, 직접 키운 무로 담근 깍두기|기흥호수 황화코스모스와 가을 텃밭 이야기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지난 두 달 동안 찍어둔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9월 초만 해도 잡초로 뒤덮여 있던 데이지 꽃밭은 어느새 말끔하게 정리됐습니다. 텃밭에서는 배추와 무가 자랐고, 직접 수확한 무로 담근 깍두기는 맛이 참 좋았습니다.

10월 마지막 날에는 기흥호수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끝없이 펼쳐진 황화코스모스 꽃밭을 만났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차선을 침범한 주차 차량 때문에 급정거하는 아찔한 경험도 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일, 며칠 전 심어둔 감자에서는 어린싹이 흙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꽃밭을 가꾸는 수고, 직접 키운 채소를 먹는 즐거움,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작은 생명의 신기함까지.

오늘은 은퇴 후 일상에서 만난 가을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남겨보려고 합니다.

1. 잡초로 뒤덮였던 데이지 꽃밭

9월 1일에 찍은 사진을 보면 데이지 꽃밭이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습니다.

풀이 얼마나 무성하게 자랐는지 꽃밭의 원래 모습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여름철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비치면 하루가 다르게 자랍니다. 며칠만 지나도 풀이 무성해지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꽃밭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괭이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앞에 펼쳐진 잡초를 보며 언제 이 일을 다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괭이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9월 초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시민농장 데이지 꽃밭
9월 1일, 잡초로 뒤덮여 있던 데이지 꽃밭

2. 무더위 속에서 이어진 두 달의 괭이질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잡초를 걷어내는 일은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하루에 모든 일을 끝내려고 서두르기보다 조금씩 정리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느덧 거의 두 달이 흘렀습니다.

10월 26일에 찍은 사진을 보면 9월 초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잡초가 무성했던 자리에 흙이 드러났습니다. 군데군데 작은 풀이 남아 있지만, 꽃밭 전체가 말끔하게 정리됐습니다.

두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잡초가 제거된 빈 땅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 땅에는 무더위 속에서 괭이질을 하며 보낸 거의 두 달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꽃이 피어 있지 않아도 정리된 꽃밭을 바라보니 뿌듯했습니다.

큰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느꼈습니다.

작은 수고가 하루하루 쌓여 마침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 달 동안 괭이질로 잡초를 제거해 말끔하게 정리한 시민농장 데이지 꽃밭
두 달 가까이 괭이질하며 잡초를 제거한 데이지 꽃밭

3. 텃밭의 알타리도 제법 자랐습니다

꽃밭에서 잡초와 씨름하는 동안 텃밭의 채소들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10월 19일에 찍은 알타리 사진을 보면 잎이 제법 넓게 퍼졌습니다.

땅 위로 하얀 무의 윗부분도 드러나 있습니다.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벌레가 먹은 흔적도 보입니다.

텃밭을 직접 가꾸다 보면 채소가 언제나 반듯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떤 잎은 벌레에게 뜯기고, 어떤 포기는 다른 포기보다 작게 자랍니다.

그래도 식물은 자기 속도로 자라갑니다.

마트에서 알타리를 살 때는 크기와 모양부터 살펴보지만, 직접 키우면 그동안의 성장 과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잎이 커지고, 땅속에서 무가 굵어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텃밭을 가꾸는 재미는 바로 이런 변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월 19일,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뿌리가 드러난 알타리
가을 텃밭에서 자라는 알타리무와 땅 위로 드러난 하얀 뿌리

4. 배추는 어느새 밭을 가득 채웠습니다

10월 26일에 찍은 배추 사진을 보면 가을 텃밭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줄지어 심은 배추가 커다란 잎을 펼치고 있습니다.

잎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자랐고, 가운데에는 잎이 안쪽으로 모이기 시작한 모습도 보입니다.

처음 작은 모종을 심었을 때를 생각하면 참 많이 자랐습니다.

배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잎의 주름과 굵은 잎맥이 선명합니다.

하나의 작은 모종이 이렇게 여러 장의 잎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물론 배추마다 자라는 속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포기는 잎이 크고, 어떤 포기는 아직 작습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면서 이제는 그런 차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람이 서두른다고 배추가 빨리 자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고 나면 나머지는 햇빛과 바람, 땅과 시간이 맡아야 합니다.

10월 26일, 커다란 잎을 펼치며 자라는 가을 배추
커다란 잎이 겹치며 자라는 시민농장의 가을 배추

5. 동글동글한 무 네 포기, 맛있는 깍두기가 되다

배추 뒤편에는 무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를 뽑아보니 모양이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길쭉한 무가 아니라 동글동글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보여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동치미 무네.”

아내 눈에는 동치미용 무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정확한 품종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둥글게 자란 무를 보니 저도 신기했습니다.

어제는 그 무 네 포기로 깍두기를 담갔습니다.

그런데 맛이 참 좋았습니다.

직접 키운 무를 수확해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즐거움은 특별합니다.

마트에서 사 온 무로 담근 깍두기도 맛있겠지만, 직접 키운 무에는 그동안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텃밭에서 얻는 수확은 단순히 채소 몇 포기를 얻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기다림과 수고가 식탁 위의 음식으로 돌아오는 일입니다.

맛있게 담근 깍두기를 먹으면서 텃밭을 가꾸는 보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6. 기흥호수 둘레길에서 만난 황화코스모스

10월 31일에는 기흥호수를 찾았습니다.

기흥호수는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넓은 호수를 따라 조성된 데크 둘레길을 걸으니 주변 풍경이 계속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넓은 황화코스모스 꽃밭이 나타난 것입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노란색과 주황색 꽃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꽃밭 전체가 노란 물결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에서는 작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꽃 한 송이는 작지만 수많은 꽃이 모여 있으니 참 장관이었습니다.

꽃밭에는 구경 나온 사람들도 가득했습니다.

꽃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천천히 걸으며 꽃을 감상하는 사람,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이 있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한동안 꽃밭을 바라보며 가을 풍경을 즐겼습니다.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계절이 깊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기흥호수 주변에 넓게 펼쳐진 노란 황화코스모스 꽃밭
10월 31일, 기흥호수 주변에 펼쳐진 황화코스모스 꽃밭(매미산 방향)

황화코스모스 꽃밭과 가을꽃을 구경하는 방문객들
가을꽃을 구경하러 나온 방문객들로 활기찬 황화코스모스 꽃밭

7. 아름다운 꽃밭 뒤에 남은 아찔한 순간

그런데 꽃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찔한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꽃밭을 찾으면서 주변 도로에도 차량이 몰려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차선을 침범한 채 주차된 차량도 있었습니다.

운전하며 돌아가던 중 그런 차량 때문에 급정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꽃밭에서 느꼈던 즐거움과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꽃구경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비슷할 것입니다.

좋은 풍경을 보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습니다.

특히 차선을 침범해 주차한 차량은 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운전자에게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밭을 안전하게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까지 편안해야 진정으로 즐거운 나들이가 아닐까요?

기흥호수의 황화코스모스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만큼 방문객 모두가 주차와 교통안전에도 조금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8. 11월, 감자 싹이 흙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11월 2일에는 또 다른 작은 변화를 발견했습니다.

며칠 전 싹이 난 감자를 심어두었는데, 그 자리에서 어린잎이 흙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아직 작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직접 심어둔 감자에서 새싹이 올라온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에 감자 싹을 보게 되니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온이 내려가고 서리가 내리면 어린 감자 잎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올라온 싹의 반가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잘 자라면 좋은 일이고, 추위 때문에 성장을 멈춘다면 그것 또한 직접 키워보며 얻는 경험일 것입니다.

오늘은 수확을 기대하기보다 흙을 뚫고 올라온 작은 생명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11월 초 싹 난 감자를 심은 텃밭에서 어린싹이 올라온 모습
11월 2일, 며칠 전 심은 감자에서 새싹이 올라온 자리(흙이 갈라진 자리)

9. 꽃밭을 가꾸며 다시 생각한 시간의 의미

9월에는 잡초로 뒤덮인 꽃밭을 바라보며 괭이를 들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고, 거의 두 달이 지나자 말끔하게 정리된 땅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사이 텃밭에서는 배추와 무가 자랐습니다.

동글동글한 무 네 포기는 맛있는 깍두기가 되어 식탁에 올랐습니다.

10월 마지막 날에는 기흥호수에서 황화코스모스의 장관을 만났고, 11월 초에는 감자 싹이 올라오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은 땀을 흘려야 결과가 나타났고, 어떤 일은 그저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또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은퇴 후 새로운 일을 하면서 예전에는 지나쳤을 작은 변화에도 눈길이 갑니다.

잡초가 정리된 땅, 배추의 커다란 잎, 아내가 동치미무라고 말한 둥근 무, 그리고 흙을 뚫고 올라온 작은 감자 싹까지.

젊을 때는 결과를 빨리 얻는 일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10. 가을은 저물어도 삶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황화코스모스 꽃밭에는 가을이 가득했습니다.

텃밭에서는 배추와 무가 자랐고, 감자는 늦은 계절에 새싹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괭이질한 데이지 꽃밭은 다시 깨끗한 땅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계절은 분명 겨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절과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은 마무리되고, 어떤 일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저 역시 은퇴 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몸을 움직이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때로는 아내와 함께 수확한 채소를 맛있게 먹으면서 말입니다.

두 달 동안 괭이질한 꽃밭을 보며 노력의 보람을 느꼈고, 깍두기를 먹으며 수확의 즐거움을 알았습니다. 황화코스모스 앞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감자 싹 앞에서는 새로운 시작의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쌓여 은퇴 후의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가을은 저물어 가지만, 저의 텃밭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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