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한 다발을 들고 돌아온 날|친구들과 아내와 보낸 가을 토요일
![]() |
| 오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아내와 가을꽃을 구경한 토요일. 국화 한 다발과 물나무를 집으로 데려오니 마음까지 푸근해졌습니다 |
토요일 점심,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대학 동기 여섯 명이 매달 한 번씩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명이 모두 모이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한 친구가 고향 창녕에 내려가 참석하지 못했고, 멀리 경주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오랜만에 올라와 함께했습니다.
저는 요즘 다리가 좋지 않아 오래 돌아다니기는 힘들어 점심 식사 자리까지만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청명한 하늘에 소슬한 가을바람까지 부는 날, 오래된 친구들과 한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냥 좋았습니다.
오래된 친구들과 먹는 점심
대공원역에서 만나 과천에 있는 수제양념갈비집으로 갔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젊었을 때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이제는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달라졌지만, 만나면 예전 이야기가 나오고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거창한 이야기가 없어도 좋습니다.
같이 밥 한 끼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것, 다음 달에 또 보자고 약속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 |
| 매달 만나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한 점심. 모두 모이지는 못했지만 오랜 친구들과 먹는 한 끼라 더 좋았습니다. |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옆집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셨습니다.
누군가는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또 다른 친구는 다른 음료를 골랐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커피잔 앞에서 다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친구들과 헤어졌습니다.
저에게는 여기까지가 친구들과의 시간이었습니다.
![]() |
| 점심을 먹고 옆집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 한 잔. 다음 달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
이번에는 아내를 만나러 갔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진 뒤에는 아내를 만나러 양재 시민의숲으로 갔습니다.
아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주 동안 거의 집에만 있었던 터라 하루 정도는 밖에 나와 바람도 쐬고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을인데 꽃구경이나 하자.”
그렇게 아내와 꽃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꽃을 보러 가던 길에 생각하지 못했던 행사를 만났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고향사랑 페스타
aT센터 전시장 입구에서 ‘고향사랑 페스타’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이곳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다 행사를 보고 QR 등록을 한 뒤 아내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전국 여러 지역의 부스가 마련돼 있어 둘러보다 제 고향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내의 고향인 영천시 부스가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아내의 고향이니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현장에서 여러 혜택과 선물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짐이 많아져 조금 무거웠지만, 아내의 고향에 기부하고 받은 것이라 들고 오는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는데 외출을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깁니다.
![]() |
| 꽃구경을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난 고향사랑 페스타. 아내의 고향인 영천관을 찾아 1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
결국 우리가 찾아간 곳은 꽃 전시장이었습니다
고향사랑 페스타를 둘러본 뒤 원래 가려고 했던 꽃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을 하면 역시 국화입니다.
여러 꽃을 구경하다가 국화 한 다발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물에서 키우는 물나무도 하나 샀습니다.
꽃을 사 들고 나오니 처음 집을 나설 때보다 짐이 꽤 많아졌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왔던 하루가 아내와 꽃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국화를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사 온 국화를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베란다 창가에 있던 화분들 사이에 국화가 들어가니 분위기가 금세 달라졌습니다.
빨간 꽃, 하얀 꽃과 함께 국화가 자리를 잡으니 집 안에도 가을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볼 때도 예뻤지만 직접 화분에 심어놓고 바라보니 더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 조금 피곤했지만 화분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런 피곤함도 잊게 됩니다.
![]() |
| 꽃 전시장에서 사 온 국화를 집에 돌아와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꽃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베란다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졌습니다. |
물나무도 옹기수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함께 사 온 물나무는 옹기수조에 옮겨 놓았습니다.
초록색 줄기와 잎이 물 위에 있으니 국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원래 있던 식물과 어우러지면서 집 안에 작은 정원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밖에서 꽃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음에 드는 꽃 한두 개를 집으로 데려와 매일 바라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 |
| 국화와 함께 데려온 물나무는 옹기수조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초록빛이 더해지니 집 안에 작은 정원이 생긴 것 같습니다. |
별것 아닌 하루가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돌아보면 특별한 일을 하려고 집을 나선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아내를 만나 꽃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고향사랑 페스타에 들어갔고, 아내의 고향 영천에 기부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화 한 다발과 물나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국화를 화분에 옮겨 심고 물나무도 옹기수조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아침에는 없었던 꽃이 저녁에는 우리 집 창가에 피어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고, 아내와 함께 걷고, 뜻밖의 곳에서 좋은 일을 하나 하고, 예쁜 꽃을 집으로 데려온 하루.
별것 아닌 것 같은 하루였는데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은퇴하고 나니 꼭 멀리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을 해야 좋은 하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 한 끼 먹고, 아내와 가을바람을 맞으며 꽃을 보고, 집에 돌아와 그 꽃을 바라볼 수 있는 하루.
어쩌면 지금 제게는 이런 날이 꽤 괜찮은 하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은퇴 후 시간이 많아졌는데도 하루가 더 바쁜 이유
https://ravakim-life.blogspot.com/2026/06/blog-post_26.html
👉 은퇴 후 농장에서 일해보니 알게 된 것들|노인일자리의 평범한 하루
https://ravakim-life.blogspot.com/2026/08/blog-post_08.html






댓글
댓글 쓰기